9/14 🙃 일단 너무 즐겁다. 길가에 있는 식물을 보고,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단순 들풀이라고 여겼던 것들도 각자의 이름과 생활 방식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고 있다. 어렵게 어렵게 알아낸 이름을 가지고, 동거인에게 "이것의 이름은 000이야"라며 사실 잘 모르지만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하는 것도 재밌다.

오늘 출근 길엔, 벼과처럼 보이는 식물을 보며, 저건 그라스와 뭐가 다르지,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은데 등등의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가 '잡초' 정원을 하게 된다면, 노지의 잡초가 플랜터로 심겨질 때 얼마나 생존하게 될지 모르지만, 하게 된다면 충분히 정원 식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요새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닭의장풀(달개비). (왼쪽) 닭의장풀 사이에 함께 자란 바랭이. 바랭이는 농사 짓는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잡초이고 소가 좋아하는 풀이라고 한다.



9/23 그리고 어디든지 몸만 기댈 수 있다면 염치 불구하고 쭉쭉 팔다리를 뻗어나가는 나팔꽃(morning glory), 학명은 Ipomoea nil. 잘도 뻗는다고 생각했는데 덩굴 식물이었다. 그래 한해살이니까 너 원하는대로 열심히 뻗고 뻗어라. 그 정도는 다들 눈감아 주겠지.

<나팔꽃은 메꽃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서 주변의 식물이나 물체에 지지하여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기원지는 인도이다. 줄기는 덩굴지고 왼편으로 감기며 키는 2m에 달한다. 잎은 어긋매껴나고 잎자루는 길며 일반적으로 심장 모양인데 세 갈래로 깊이 갈라져 있다.>

각자 학명이 좀 다르길래, 학명 사이트에 나팔꽃을 검색해 보니, 둥근잎나팔꽃, 나팔꽃, 미국나팔꽃, 선팔꽃, 별나팔꽃, 미국둥근잎나팔꽃, 애기나팔꽃 등등 많은 꽃이 검색된다(이렇게나 종류가 많다니!)

그리고 꽃은 작지만 녹색 사이에서 톡톡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둥근잎유홍초(좌). 작은 주황색 꽃이라고 구글링하니 한두 번 만에 꽃 이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아리까리 모르겠다 싶은 식물(우). 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열매도 아닌 것 같은 저 녀석의 이름은 무엇일까?


9/26 오늘은 행동대원들과 함께 원서동에 탐방을 떠났다. 탐방을 떠난 곳에서 집 근처에서 잘 보지 못했던 식물들도 발견했다.

(왼쪽)방아, (가운데, 오른쪽)덜꿩나무(추정)다.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동원해 이 식물의 이름을 덜꿩나무라고 붙여 줬는데, 다시 보니 덜꿩나무는 봄에 흰 꽃이 소복하게 핀다고 한다. 잎을 보니까, 뾰족 뾰족한 게 덜꿩나무랑 이미지가 다르다. 심지어 관목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만난 건 핑크색 개여뀌 사이에서 어울러져 있었으므로 그렇게 크진 않았던 것 같다. 대체 너의 이름은 무엇이니?

원서동을 다니다 보니 화분에 이 식물이 종종 심겨져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잡초이겠거니 생각해 씨가 날린 것 아닐까?라고 추측했는데 어쩌면 이 식물은 누군가가 심었고, 그 옆에 개여뀌가 어딘가에서 날아와 자리를 잡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긴 시간 실습을 했던 방아(배초향)이다. 배초향은 1년초 식물로, 잡초는 아니고 정원에서 향 때문에 많이들 쓴다고 알고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 배초향의 이름 뜻은 밀어낼 배(排), 풀 초(草), 향기 향(香)을 쓰는데, 다른 풀들의 향기를 밀어낼 정도로 그 향기가 강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를 '코리안 민트'라고 불린다고 한다.

잎 하나를 뜯어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씨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확인도 해 보았다. 우리 님이 잎을 사용해 전을 부쳐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서든지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장면들. 의자도 있고 프라이빗한 공간이 우리에게 타란!하고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주 작은 짜투리 공간부터 찾아서 뭐라도 심어보면 어떨까! 진짜면 더 좋겠지만, 아무래도 척박한 공간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면 맨 오른쪽 사진처럼 가짜라도...:)

(왼쪽) 샐비어_사루비아라고도 불림.. (중간)버베나로 추정

작성
트리

탐방갔었을 때 이야기도 있네요!!! 꽃 이름까지 함께 있으니까 좋아요!! 검색하게 되는!!💪

아일
@트리 트리 님 오늘 모임에서도 나눴는데, 우리가 만난 그 흰색 꽃은 서양등골나물로…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합니다…
트리
@아일 생태계...교란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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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아 글 이제 보다니... 차분하니 기분좋게 그 날의

탐방이 그려지는 글이에요!

트리
@미지 엄청 잘 읽히는 동화책같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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